이화여대 환경공학과 3학년 김선혜(21)씨는 여름방학 동안 연구실로 등교했다. 대학원 선배와 오염물질을 분해하는 미생물 실험을 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이번 학기엔 실험을 바탕으로 논문을 써 볼 계획이다. 김씨는 “이공계 학과에서는 학부생들 연구에 참여하고 받을 수 있는 교내 장학금 종류만 20여 종이나 된다”고 말했다. 학부생은 등록금 걱정 없이 대학에 다니며 연구에 참여하고, 교수들은 대학 안팎에서 막대한 연구비를 끌어와 연구를 진행하면서 연구 성과를 내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다른 대학에도 많다. 올해 이공계 분야에 대한 대학평가에서 최상위권에 오른 대학들의 공통점이다. 전통적으로 공대가 강했던 한양대는 평가 대상 8개 학과 중 식품영양학이 최상위권에 들어 자존심을 지켰다. 이 학과 교수 5명이 고령화시대 노인들의 식생활 연구라는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여기엔 학부생과 대학원생도 참여한다. 교수들은 공동 연구로 논문을 쓰고, 학부생들은 실습교육을 받는다. 실험실 연구비로 장학금 뿐만 아니라 생활비 지원도 받을 수 있어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따로 할 필요가 없다. 이 대학 엄애선 교수는 “교수 5명이 같은 주제로 공동 연구를 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며 “학생들은 취업하기 전에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 성과뿐 아니라 학생들의 취업이 잘되는지도 평가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이공계 재학생들의 주된 관심인 취업률에서 충남 천안의 한국기술교육대 화학공학과는 이 분야 최고(85.7%)를 보였다. 이 대학 조남준 교수는 “SK에너지·LG화학·삼성전자 등 대기업은 물론 제약회사 등에 학생들이 취업할 정도로 취업의 질이 높다”고 말했다. 상위권에 속한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역시 연도별 취업률이 92.8%(2009년), 95%(2010년) 등으로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립대 통계학과도 지난해 취업률(82.4%)에서 고려대(94%)에 이어 2위였다. 교육여건이 가장 좋은 학과는 POSTECH 수학과였다. 3학년 최현석(21)씨는 “학생이 직접 지도교수를 선택할 수 있고, 지도교수와 자주 식사도 하면서 세심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점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교수 한 명당 학생 수가 6명에 불과했다. 전통적 강세 대학 못지않게 좋은 성적을 낸 곳은 군산대 정보통계학과와 경기대 환경에너지시스템공학과였다. 통계학에서 상위권에 오른 군산대 오종철 교수는 “수학과와 학부로 묶여 있을 때는 정체성이 모호했으나 통계학과로 전환하면서 연구비나 연구 성과, 장학금 등의 지표에서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경기대 환경에너지시스템공학과는 KAIST와 POSTECH에 이어 최상위권으로 평가됐다. 교수 1인당 교내 연구비가 65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김응수 산학협력단장은 “환경 분야 연구 프로젝트를 많이 유치해 매칭펀드를 하다 보니 교내 연구비가 높다”고 말했다. 대학이 기업 등 외부에서 받는 교외 연구비에서는 광운대 환경공학과가 교수당 4억7000여만원으로 나타났다. 서울대(8억2000만원)에 이어 두 번째였다.
- 대학평가팀=강홍준(팀장)·최선욱·강신후 기자
- 교육팀=김성탁·박수련·윤석만·김민상 기자
- [중앙일보] 입력 2011.09.09 01:32 / 수정 2011.09.09 01:37